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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 당분간 인간 서평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Q. 저자는 등장인물을 알파벳 O, Q로 왜 표현했을까?

 

등장인물의 이름을 알파벳이나 흔한 성(김씨, 이씨)로 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내용이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평범한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등장인물이 OQ로 표현되어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일단 형상으로 봤을 때 OQ는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다만 O에서 작대기가 하나 삐죽 튀어나와 Q가 되었을 뿐이다. 이처럼 OQ는 비슷한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서로 친구로 남아있을 것이다. 다만 OQ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삐죽 튀어나온 작대기는 바로 성격적 특성을 의미한다. O는 뚜렷하게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지 못하며, 타인의 요구를 묵묵히 수용하는 성향이다. 반면 Q는 특출나지는 않지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하나의 성격적 특성이 사회 속에서는 큰 차이를 빚어냈다. Q는 무난한 삶을 살고 있는 반면, O는 부적응자, 능력 없는 자로 비쳐지게 되어 사회에서 뒤쳐지게 되었다.


같은 관점인데, 다른 분석을 적용해볼 수도 있다. O는 남들이 굴리면 한없이 굴러갈 수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Q의 경우 남들이 굴려도 어느 지점에서 멈추게 된다. 뾰족 튀어나온 점이 한없이 굴러가지 못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존재하는가, 아닌가의 구별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O의 경우는 자신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기에 남들이 원하는 요구에 무조건 수용하게 되어있다. 반면 Q의 경우는 자신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존재하기에 자신의 수용범위를 넘어선다면 거절할 줄 안다.

 

 

Q. O가 피부가 쩍적 갈라지는 것과 선임자가 젤리처럼 물렁해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실에서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서 살아간다. 특히 직장에서 그러한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다수의 현대인들은 직장에서 상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그러한 정신적인 상처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타인에게 정신적인 위해를 입힌 가해자들은 자신이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다. O의 피부가 쩍쩍 갈라지는 것, 그리고 선임자가 갈수록 물렁물렁해지는 것은 그들이 받은 정신적 피해를 표면화한 것이다. O와 선임자는 그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될수록 즉각적으로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그들이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를 바라보며 독자들은 자연스레 현실에서 우리는 서로 간에 많은 정신적 피해를 주고받고 있다는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한편 O의 경우 피부가 갈라지면서 부스러기가 생긴다. 부스러기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이다. Q 역시 O가 자신의 집에 지내면서 이곳저곳 부스러기를 떨어트려놓아 이에 불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부스러기는 O가 받은 정신적 피해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OQ가 대화하는 도중에도 Q가 감정적 상처를 입는 순간 부스러기가 생긴다. 하지만 Q는 부스러기에만 주목하지, 어떠한 이유로 부스러기가 생긴 것인지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동일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자신이 준 감정적 상처에는 주목하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만 문제를 전가하는 사회상을 보여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집단에 속해 생활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집단에는 성격적으로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타인과 말을 섞으려 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고, 자신의 감정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한 사람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 사람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며 비난한다. 그들의 왜곡된 성향이 우리에게 기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려해보지 않는다. 부스러기로 인해 O가 더 싫어지듯,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사람의 행동 때문에 그 사람을 더 싫어하게 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비정상적인 성격의 근원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Q. 작품의 제목, 당분간 인간의 의미는?

 

당분간 인간이라는 의미는 그 짧은 순간 이외에는 인간이 아니라는 소리이다. 이는 인간을 인격을 지닌 개체로 대접하기보다는 생산 도구로서 취급하는 사회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그 사람의 인격은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이 이익을 창출하는 데 유용한 인간인가 아닌가가 중요할 따름이다. 사람이 착해도 능력이 없으면 선임자와 같이 단순히 물러터진 인간이며, 인격적으로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능력이 있다면 뛰어난 인간으로 평가받는다. 작품의 제목인 당분간 인간은 이러한 사회상을 콕 집어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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