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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아내

영화 '스파이의 아내(2020)' 감상 후기/감상평

 

1. 전반적인 감상

꽤나 흥미로웠던 영화였다. 영화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일본에서도 이런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 신기했다. 극우 정당이 집권하고 있으며, 평화헌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일본에서 제국주의의 민낯을 보여주는 영화가 이렇게 대규모로 유명한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작품화된 줄 몰랐다. 부족한 정보를 바탕으로 너무 편협하게 일본 사회를 바라보았던 것 아닌가 하는 자책을 한다.

초중고 역사 시간에 일본 제국주의에 대해 미화해서 가르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며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평범한 일본인들의 역사관에 대해 궁금해졌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독일은 비판적인 사고력의 부재가 나치를 등장시켰다고 통렬하게 자책하며, 과거 역사에 대해 투명하게 가르치고, 매사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를 하도록 교육시킨다고 들었는데 일본은 어떠할지 궁금하다.

사실 한국도 베트남에서의 민간이 학살에 대해 중고등학교 시간에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기에 크게 다를 바 없긴 하다(한국은 그래도 대통령이 베트남에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영화로 돌아가서, 사토코 역을 맡은 '아오이 유우'는 오랫동안 유명한 배우이기에 얼굴만 알고 있었고, 영화는 처음 봤는데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줄 몰랐다. 마지막에 바닷가에 엎어져서 엉엉 우는 부분만 좀 어색했고, 그 외의 부분에서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것 같다.

사토코의 오랜 친구였다가 일제 헌병단장이 되어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야스하루를 연기하는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영화 아사코(Asako I&II)에서 봤었고, 아사코에서 상대 배역이었던 여배우 카라타 에리카랑 불륜으로 유명했던 배우라 알고 있었다. 일본인 중에 드물게 키가 훤칠하게 크고 얼굴도 또렷하게 잘생겨서 각인이 잘되는 배우였다. 영화에서는 그렇게 인상깊지는 않았다.

좋은 영화들이 그러하듯 스파이의 아내에서도 중간중간 계속 반전이 나오는데, 그중에 개인적으로 예상치못했던 부분은 1) 사토코가 헌병대에게 만주 실험 문서를 갖다바쳤으나 사실은 남편을 배신하지 않았던 부분과 2) 사토코가 샌프란시스코 가는 배에서 헌병대에게 잡히는 장면이다.

스파이의 아내에서는 중간에 극의 흐름이 전환되는데, 사토코가 만주 필름을 보고 난 후가 그 기점이라 할 수 있다. 시대와 개인을 동떨어져 생각했던 사토코는 만주 필름에 담긴 잔혹한 일제의 만행을 보고 난 이후 옳바른 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남편 유사쿠를 따라서 일제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소시민이었던 개인이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사회에 뛰어드는(철학에서 앙가주망 Engagement라 하는) 행동가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는 배에서 잡힌 사토코는 가짜 필름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이전부터 남편 유사쿠와 친하게 알고 지낸 노교수와 면담할 때 ' 자신은 미치지 않았기에 지금 시대에는 미친 사람인 것'이라 말한다.

이 대사는 시공을 초월에 여러 상황에 통용될 수 있는 것으로 '합리적인/올바른 방향을 추구하는 개인이 사회적/시대적 분위기로 인해 사회에서 배척당하거나, 외부 세력에 의해 좌절하게 되는'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날의 일본 사회와 한국 정치에도 적용될 수 있을테다. 객관적으로 A가 맞아도 주류 의견과 다르다면 배척당하고, 발언권을 잃게 되는 문화와 위계 질서. 다른 평론을 보지는 않고 적는것이라 확실하지는 않으나 스파이의 아내의 주제의식에 대해 설명할 때 평론가들이 사토코의 말을 많이 인용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마지막에 폭격으로 파괴된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사토코가 바다에 쓰러져 오열하는 모습은 그토록 원하던 일제의 패망이 찾아왔지만, 정작 폐허와 부재밖에 남지 않은 전쟁의 허무함,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애환 등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세부 평점

- 스토리: 4.5/5.0  참신하고 좋았다.
- 연출/표현 3.5/5.0  플롯 구성/표현 방식 등 연출적으로 눈에 띄는 장면은 없었던 것 같다. 
- 연기력 4.5/5.0  모든 배우가 큰 어색함 없이 좋은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로써 내 감상에 영향을 미칠까봐서 다른 리뷰 및 평론가의 견해는 보지 않고 적는 것이기에 부적절하게 보일 수도 있다. 예술은 모두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다른 의견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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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에 개봉한 작품이다.

감독은 잘 모르지만,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캐스팅에 개봉하면 꼭 봐야지 하는 영화였다.

아이유도 참여했는데, 아이유 드라마를 본 적이 없어서, 연기력은 잘 몰랐다. 다만 '나의 아저씨'에 대한 호평을 너무 많이 들었어서 잘하겠거니 했었다.

오랜만에 영화 감상을 남긴다. 이전 감상 후기가 19년에 올렸으니 3년만이다.

  • 작품성 - 4/5. 가족. 행복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여서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고, 의아한 부분도 있었으나 전반적인 스토리 전개에 어색함은 없었다. 그렇다할 반전이 나올만한 서사는 아니어서 그러려니한다.
  • 연출 - 3/5. 심미성보다는 스토리 위주 영화이긴 해서 그러려니 하지만 눈에 띌만한 영상미는 없었던 것 같다. 찰떡같은 송강호 연기 정도 기억에 남는다.
  • 연기력 - 4/5. 다 워낙 잘하는 배우들이라 영화 보는 중 연기력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 다만, 아이유가 가수로서 워낙 유명하고, tv에서 배우 외적인 모습(효리네 민박, 유퀴즈 등)으로도 많이 비춰져서 아이유 캐릭터에 대한 인식이 있는 상태였어서 영화 속 까칠한 성매매 여성 배역 자체가 안어울린다고 느꼈다. 연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형사 배두나에게 '비밀의숲'이 오버랩되었다.)

총평을 하자면, 볼만하다였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 '똥파리'만큼은 아니긴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았다.

관객이 많이 몰릴 것 같지는 않다. 재미가 있거나 하진 않은 잔잔한 영화여서.

영화를 보며 가족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영화에서 소영(아이유)이 아기를 입양시키기 전날 다른 주인공들에게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사람이 가진 특성을 배제하고 존재 자체에 감사를 표하는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참회를, 누군가에게는 삶의 의지를 북돋아줄 수 있는 말일 것 같다.

나는 누구에게 이런 비슷한 말을 한적이 있는지. 들어본 적은 있는지(어렸을 적이야 부모님께서 해주셨겠지만).

입밖으로 내기 멋쩍은 말이지만, 참 좋은 말이다.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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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타짜: 원아이드잭 등 뻔한 스토리가 예상되는 영화들 사이에 똭! 자리잡고 있는 할리우드 우주 영화.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이라는 사실 역시 영화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실이었다.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던 깨달음, 영화가 말하고자 하고싶었던 부분에 대해 몇 자 끄적여 보겠다.

1. 소중한 것을 놓치지 말자.

가족과 인간 관계를 모두 내팽겨쳐버리고, 외계 생명체 발견에만 몰두했던 아버지(클리포드 맥브라이드)를 만나러 가는 주인공(로이 맥브라이드). 아버지를 존경했다고 말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원망도 많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이 역시 그런 아버지를 닮아간다. 우주 탐험이라는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가 다른 것보다 훨씬 중요했던 로이는 그의 연인(이브 맥브라이드)과 소원한 관계가 되었다. 일에만 몰두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배우자가 소원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터. 로이는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으므로 이브와의 관계에 괴로워했지만, 일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오랜 시간을 날라와 아버지를 만나게 된 로이는 생각이 바뀐다. 아버지는 반쯤 미치광이가 되어있던 것이다. 자신이 헛된 믿음과 소명 의식 때문에 아버지는 수많은 동료를 죽였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자신과 어머니는 조금의 고려 대상도 아니었음을 아버지의 입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로이는 자신이 존경했던 우주 탐험가였던 아버지의 현실과 마주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새 아버지와 닮아가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게 된다.

이후 지구로 돌아온 로이는 소중한 것(배우자, 인간 관계)을 놓치지 않고자 한다.

2. 토사구팽. 냉엄한 조직 사회

로이가 몸 담았던 조직은 목표지향적이며, 그 안에 유대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개인은 단지 목표를 향해 나가는 데 필요한 소모품일뿐. 이러한 조직 체계 안에서 로이 역시 토사구팽에 처하는 처지가 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헬렌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만나게 되긴하나 그 긴 여정 속에서 진심을 터놓고 공유하는 경우는 없었다.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수직적인 조직 사회에서 인간 간의 유대는 점점 더 희미해져가는 모습을 말이다. 친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를 직면할 때 차갑게 돌변하는 모습을 보면 현대인은 모두 로이처럼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았겠지만, 대표적으로 느낀 바는 이것이었다.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운이 있는 영화다.

스산한 가을을 맞이하는 영화로 '애드 아스트라 AD ASTRA'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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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봉준호 作 후기, 해석, 평론 (스포일러 포함, 지극히 주관적)

 

오랜만에 남기는 영화 후기, 평론이네요. 그동안 후기 남기고 싶다! 라고 할 정도의 작품을 보지 못해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기생충19년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며, 이로 인해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저는 '출연하는 배우(송강호)가 끌려서, 봉준호 감독 작품이어서, 그냥 포스터가 보고싶다는 생각을 들게 해서'라는 이유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작품이 유명하든, 어떤 상을 수상했든 끌리지 않으면 안보는 편인데, 이 작품은 너무 보고싶어서, 개봉한지 이틀만에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작품은 실망시키지 않았고,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저는 스토리 전개가 허술하고,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너무 명확한(예술 작품이 함축하고있는 은유가 부족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하는)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생충은 스토리 전개가 세심하게 잘 구조되어 있다고 느꼈고,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도 곰곰이 곱씹어보면 꾸준히 생산되는, 잘 만들어진 예술 작품이라 생각해 좋았습니다.

 

작품의 서사는 한 집안의 가족(이하 기우네 가족) 모두가 민혁(박서준)의 과외알선을 통해 알게 된 부잣집(박사장네)에 기생하게 되고, 숙주와 기생충 모두 공멸하게 된다 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두서없이 영화를 보고 느낀 생각의 단상(斷想)들을 끄적여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영화의 말미는 이 영화가 상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임을 느끼게 해줍니다. 인위적인 해피엔딩,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결말은 제가 싫어하는 서사 패턴 중에 하나인데요.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 기우의 희망사항(돈을 많이 벌어, 아버지가 지하에 숨어살고 있는 집을 사서 가정의 평화를 되찾는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곧바로 뒤이어 여전히 반지하에 머물고 있는 기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기우의 희망사항은 한낱 개꿈에 불과하며, 기우 역시 기생충으로 대변되는 삶을 살아갈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윤동주의 서시(序詩)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이 스치운다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환기하며 끝나 여운을 남겼으며,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라라랜드역시 작품의 말미에 남녀 주인공 모두가 개인적 성공은 이룰 수 있었지만, 행복을 함께 이루지는 못한 현실을 보여주며 애잔한 감동을 줍니다.

이 작품 역시 기우의 허황된 꿈과 대조되는 현실을 환기시키며 끝을 맺었다는 점에서 해피엔딩 구조의 단순한 판타지식의 전개에서 벗어났고, 이에 개인적으로 크게 만족했습니다.

 

- 작품에서 기택이 기생충임을 보여주는 장면이 여럿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명확했던 부분은 홍수가 난 뒤 체육관에서 기우와 나눈 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홍수로 인해 순식간에 집을 잃게 된 기우가 막막한 상황에서 아버지 기택에게 이전에 말한 계획이 무엇이냐 묻는데, 기택은 무계획이라 답합니다. ‘모든 계획은 그르치기 마련이기에, 무계획이 가장 좋은 계획이라고’. 아무런 목표도 없이 되는대로 살아가는 기택의 삶의 자세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더 나아가 사회에 해가 되는 기생충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기택은 지하에 전 가정부 부부를 가둬놓은 뒤 그들의 생사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남들이 어떻게 되든 우리만 잘살면 된다라는 식의 발언을 합니다. (친일을 하든, 뭐를 하든~ 식의 대사였던 것 같습니다) 전형적으로 남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의 모습이며, 이를 사회로 확장시키면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정의, 공동체, 사회 시스템을 파괴시켜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을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정치인을 포함한 여러 인물들이 머리에 스쳐갑니다). 감독이 그러한 의도를 심었는지는 모르지만, 예술에 대한 해석은 자유니까요.

한편, 이런 기택과는 다르게 기정(박소담)은 그들의 안위를 걱정했고, 너무 심했던 것 아니었나 하며 음식물도 가져다 주려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기정은 역설적이게도 결국 유일하게 살해당하게 됩니다.

여기서 기정의 태도와 기택의 태도는 작품을 유심히 관람한 관객에게는 살짝 불편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박사장네가 캠핑을 떠나서 그 집에 가족들 모두가 들어와 파티를 벌이고 있을 때, 기택은 자신으로 인해 직업을 잃은 전 기사에 대해서 걱정하는 발언을 합니다. 그러자 기정은 '그들은 알아서 살테니까 우리한테나 신경써라'라며 아버지를 타박합니다. 기택이 오히려 타인에게 연민을 가지고 있고, 기정은 반대인 형상으로 비쳐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캐릭터가 극 후반부에는 다르게 표현되니 혼란이 올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나름 의미를 부여해본다면, zero-sum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을수록 사람의 본성이 나오게 되며, 기택의 벌레 같은 본성은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은 작품 후반부에 진정으로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작품은 부유한 사람들의 허위의식 역시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박사장네 부부의 정사(情事) 장면에서 이것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겉으로는 도도한 척, 고매한 척하는 박사장네 부부지만, 그들이 저질스럽다고 말했던 행위들을 하고, 심지어는 정사 중 마약까지 사달라고 외칩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작품은 그들의 허위 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부유한 사람들은 숙주가 됨과 동시에 기생충과 공생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기사, 가정도우미 등과 같이 그들에게 기생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존재들 없이는 그들은 정상적으로 삶을 영위해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 가정부를 해고한 다음, 집안일 중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연교(박사장 부인)의 모습은 이를 잘 대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예술 작품, 특히 서사성이 있는 문학이나, 영화 같은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물체(‘오브제라고 하는 것이 맞으려나요?)가 등장하면 그 오브제는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오브제는 단연 민혁이 기우네 가족에게 선물했던 수석(壽石)입니다. 지속적으로 등장하던 관상용 돌말입니다. 수석(壽石)은 돌입니다. 아름다워 장식용으로 사용한다해도 한낱 돌에 불과한 따름인 것이죠. 이는 기생충 같은 '기우네 가족'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우네 가족은 박사장네가족이 캠핑을 떠났을 때, 박사장네 집을 자기 집처럼 누립니다. 기택(송강호)여기가 우리집이야라는 대사도 내뱉습니다. 실제 자신들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고, 거짓으로 꾸며낸 삶을 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시 착각 속에 빠져지내게 되는 것인데요. 그들은 박사장네가족이 집에 돌아옴에 따라 아무것도 없이 남들에게 얹혀 기생하고 있는 현실을 자각하게 됩니다. 영화 말미에 이 수석(壽石)은 냇가의 다른 돌들 사이에 놓아지게 되는데, 이는 다송(박사장 아들) 생일날의 해프닝으로 인해 실체가 탄로나 기존의 비루한 생활로 돌아가게 되는 기우네 가족과 오버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수석(壽石)은 기우네 가족의 허위 의식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홍수가 나서, 집이 물에 잠겨있는 상황에도 기우는 돌덩이에 불과한 수석(壽石)만큼은 챙겨나오죠. 실제 삶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지만,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럽지 않은 돌덩이. 기우네 가족의 허위 의식을 나타낸다 할 수 있겠죠.

 

- 배우 캐스팅 및 연기력을 생각해본다면, 정말 탁월했다고 느껴집니다. 송강호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외의 배우들 박소담, 최우식 등 다른 배우들의 연기력도 탁월했으며, 배역과의 궁합이 잘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박소담의 경우에는 주관적인 평가이긴 하나, 화려한 마스크가 아니기에, 남자로치면 류준열과 같은 스펙트럼이 넓은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것 같아, 배우로서는 축복받은 조건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편 배우들 중에서 가장 배역과의 매칭이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한 것은 부잣집 사모님 역할을 맡은 조여정이라 생각했습니다. 고상한 듯 보이나, 허술한(민혁의 말로는 ‘simple’, 단순하고 무식하다를 돌려말했다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부잣집 사모님이라는 허위에 싸여 있는 모습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됩니다. 예전에 정글의 법칙에 나와 반전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했기에 캐릭터 소화가 탁월했다고 여겨집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다시 보고싶은 작품입니다. 버닝, 인셉션 등 처럼요. 볼 때 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에 대해 무언가 끄적이지 않으면 못 배길 것 같아서 쓴 글이라 두서가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영화를 보며 들었던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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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최국희 作 후기



본지 3주가 넘었다. 관심 있는 분야기도 해서 나온지 얼마 안되서 보았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꼭 나왔어야 할 영화이긴 했는데, 여러모로 너무 허접했다.

짧다면 짧다 할 수 있는 2 시간 동안 IMF 위기가 몰고 온 변화하는 삶의 여러 모습들을 표현하기 어려웠을테지만, 산만하고도 허접했다.


나는 금융쪽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빅쇼트', '울프오브월스트리트 Wolf of Wallstreet'를 각각 세번씩 봤다.

그래서 국가부도의 날을 보면서 여러 차례 피식했다. 그냥 '빅쇼트'를 모방하는 것 같은 장면이 여럿 나왔기 때문이다. 유아인과 패거리(할아버지, 양아치)의 존재 자체가 2008 금융 위기 때 큰 돈을 번 '빅쇼트'의 주인공들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모방했다고 해도 잘 했으면 괜찮았을텐데 허접하게 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유아인이 양아치 뺨을 후려치며 돈 벌었다고 좋아하지 말라는 장면. 빅 쇼트에서 브래드 피트가 젊은 두 명의 투자자에게 한 행동이랑 똑같다. 브래드 피트의 무게감은 압도적으로 상황의 심각성을 전해주기 충분했지만, 유아인은 같은 장면에서 그만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장면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동안 손발이 오글거렸고, 이 영화에 대해 평점 6점 이상은 못 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차라리 할아버지 역할로 나온 분이 그런 점잖은 모습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초반에는 그런 캐릭터인줄 알았는데, 그냥 돈 벌고 싶은 노인네에 불과하해서 아쉬웠다.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너무 어려운 경제 용어들이 남발되었다는 것이다. 금융 위기에 대해서 잘 알고, 금융 용어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일반인들, 특히 IMF를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학생들은 영화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감독이 빅쇼트처럼 일일이 설명해주는 장면을 넣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빅쇼트', '울프오브월스트리트 Wolf of Wallstreet'는 금융 위기, 금융 사기가 벌어진 구조적인 원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 반면, 이 작품은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 작품을 보고 개인적으로 금융 위기의 원인과 발생 과정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냥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정부가 잘못했네. IMF 이런 나쁜 놈들. 한국은행 좋은 놈!' 이러고 끝날 것 같다.

참고로 모 경제학 교수님의 말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탄생 이후로 한번도 정부와 각을 세운 적이 없다. IMF 때 구제금융 반대했다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끝 부분은 최악이었다. 2018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하며 보여준 장면 말이다. 끔찍했다. 평점 5점 넘게는 못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지민이 뜬금 나와서 김혜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부분도 최악이었고, 마지막에 가계 부채 언급하면서 위기 조장하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끝맺는 부분은 정말 영화표 값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꼭 나왔어야 할 영화이기는 하다. 한국의 무수히 많은 개인들에게 큰 타격을 입힌 사건이었고, 그 여파로 지금까지도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빅쇼트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4-5년밖에 안되어 나왔다. 기획, 준비 기간까지 고려해보면 금융 위기 이후 얼마 안되어 영화 착수에 들어간 것이라 볼 수 있다. 때문에 지난 20년 동안 IMF 관련한 영화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만한 일이기도 하다. 영화가 단순한 흥미 유발 외의 목적도 지닌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여기까지 국가부도의 날에 대한 두서 없는 끄적임이다.

영화라는 예술 작품에 대해서 누구든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내 의견 역시 수많은 의견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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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이창동 감독 作



영화 후기 전문 블로그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을 보고 느낀 단상이 시간이 흘러 스러져버릴까봐 조금 끄적거려본다.

작품에 대한 어느 후기도 보지 않았으며, 나는 문학이나 영화 전공자가 아니다. 때문에 말도 안되는 소리를 끄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는 내게 만큼은 진실이다.



저 포스터 안의 세 배우. 모두 연기가 뛰어났다. 유아인(종수)의 무기력하고 터덜터덜한 발걸음. 병신 같은 걸음걸이. 사회부적응자를 표현하는 몸짓들. 좋았다. 완득이였나 생각이 났다. 항상 깔끔한 개새끼 역할이었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이런 누추한 느낌의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전종서(해미)라는 배우는 처음 봤는데, 마스크도 이국적이랄까. 살짝 강렬한 느낌도 있는 듯 하고. 고양이 같기도 하고. 캐릭터에 잘 맞는 외형이었다. 연기도 좋았다. 해미라는 인간을 잘 표현했다. 


스티븐 연(벤)! 헐리웃 배우로 알고있는데, 한국 스크린에서는 처음 봤다. 나는 코니 오브라이언과 같이 한국 체험한 것으로 알고 있는 배우이다. 연기 역시 탁월했다. 부유한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보는 내내 '개같네' 라는 느낌을 주었다. 외국에서 오래 산 사람의 억양. 있는 자의 배려, 그와 함께 상대방은 자신과 다른 위계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피식거림(더 좋은 단어가 있을텐데). 때려주고 싶게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메타포. metaphor. 경복궁 옆에도 메타포 라는 이쁘고 작은 카페가 있는데..

유아인은 작가 지망생이다. 중간에 어떤 이유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메타포가 잠깐 언급됐다.

그리고 그 메타포가 작품의 후반부를 끌어가는 열쇠다.


Burning. 엔딩 크레딧을 보는데, 작품의 원작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였다.

그냥 청춘 영화 라길래. 버닝은 청춘의 열정 이런거 뜻하나 싶었다. 이런 내용일줄도 몰랐다. 그냥 봐야지 하고 있다가 극장에서 내려간지 한참 뒤에나 찾아 보게되었다.


헛간을 태우다. 여기선 비닐하우스를 태우다 이겠다. 비닐하우스를 태운다는 것은 '벤'의 취미 중 하나이다. 두달에 한번씩 태운다는데, 이를 통해 심장의 바운스를 느낀다고 한다.(조용필 노래가 생각난다. 큰일이다.) 이게 이 작품의 중요한 메타포였다. 사건의 열쇠이기도 했다.


비닐하우스를 태운다. 어떤 비닐하우스? 버려진. 그냥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비닐하우스를 찾아 불태우는 취미를 가졌다고 '벤'은 '종수'에게 말한다. 벤은 종수의 근처에 있는 비닐하우스를 태운다고 말했고, 이에 종수는 집 근처의 비닐하우스를 며칠 간 샅샅이 찾아다닌다. 어떠한 비닐하우스도 불에 타지 않았다. 그동안 '해미'는 연기처럼 사라지게 되었고, 벤은 해미의 행방을 모른다고 말한다. 더불어 벤은 종수의 아주 근처에서 비닐하우스를 이미 태워버렸다고 말한다.


쓸모 없는, 아무도 찾지 않는. 벤이 불태워버린 비닐하우스는 단지 메타포였던 것이다. '외로운, 의지할 데 없는, 사라져도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그러한 여성들을 뜻한 것이다. 이를 불태워버린다는 것은 '그녀들을 죽인다'는 행위인 것이고 말이다. 메타포를 그냥 여과 없이 듣게 된 '종수'는 여느 관람객과 마찬가지로 '비닐하우스'라는 표상에다 헛발질을 갈기고 있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말이다. '벤'의 농락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종수의 가까운 곳에 있는 비닐하우스를 태울 것이라는 벤의 말은 '해미를 죽일 것'을 암시하고 있었고, 이미 태워버렸다는 것은 이미 해미를 없애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수는 해미를 사랑하고있다고 벤에게 말했는데, 벤은 그런 사람 앞에서 '난 너의 베아트리체를 죽였다.'라고 또 한번 농락한 것이다. 아주 개새끼이다. 쓰면서 느끼는데, 종수가 죽일만 했다.


종수는 몇 가지 추측으로 벤이 해미를 없앤 것을 확신해간다.


1. 해미의 집이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고(캐리어는 있으니 여행간 것은 아니고)

2. 벤의 집에서 해미의 시계를 보게 되었고 (벤은 자신이 불태운 비닐하우스의 흔적을 모으는 취미를 가졌다)

3. 고양이가 '보일'이라는 이름에 반응했고(즉 해미의 고양이란 뜻)


+) 해미와의 마지막 연락에서 다급했던 소리들.


그리고 나중에 종수 역시 메타포의 의미를 깨우쳤을 것이다.


이를 깨달은 종수로서 할 수 있는 일은?

1. 그냥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살거나

2. 벤을 죽이거나


다른 선택지는 딱히 없어보인다. 그리고 종수는 두번째 선택지를 선택했다. 이는 아버지를 닮은 종수의 성격에 기인한다. 불같은. 앞뒤 제지 않고, 자기가 맞다고 확신하는 대로 행동하는. 그런 아버지 말이다. 자신이 머리만 조금 조아리면 형(刑)을 감면받을 수 있는데, 아버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징역을 선고받는다. 그런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종수는 두번째 선택지로 향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볼 수도 있겠다.


- 좀 벗어난 얘긴데, 지금 MBC 사장인 '최승호' 피디가 종수의 아버지 역으로 나와서 잘못 본 줄 알았다. MB 취재하시는 모습으로 뵈었던 분이 저런 곳에 있을리가 했는데 말이다. 출연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좀 더 끄적이려 했는데, 까먹었다. 생각나면 더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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