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영화 '스파이의 아내(2020)' 감상 후기/감상평

밤톨이@@ 2023. 9. 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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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아내

영화 '스파이의 아내(2020)' 감상 후기/감상평

 

1. 전반적인 감상

꽤나 흥미로웠던 영화였다. 영화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일본에서도 이런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 신기했다. 극우 정당이 집권하고 있으며, 평화헌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일본에서 제국주의의 민낯을 보여주는 영화가 이렇게 대규모로 유명한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작품화된 줄 몰랐다. 부족한 정보를 바탕으로 너무 편협하게 일본 사회를 바라보았던 것 아닌가 하는 자책을 한다.

초중고 역사 시간에 일본 제국주의에 대해 미화해서 가르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며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평범한 일본인들의 역사관에 대해 궁금해졌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독일은 비판적인 사고력의 부재가 나치를 등장시켰다고 통렬하게 자책하며, 과거 역사에 대해 투명하게 가르치고, 매사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를 하도록 교육시킨다고 들었는데 일본은 어떠할지 궁금하다.

사실 한국도 베트남에서의 민간이 학살에 대해 중고등학교 시간에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기에 크게 다를 바 없긴 하다(한국은 그래도 대통령이 베트남에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영화로 돌아가서, 사토코 역을 맡은 '아오이 유우'는 오랫동안 유명한 배우이기에 얼굴만 알고 있었고, 영화는 처음 봤는데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줄 몰랐다. 마지막에 바닷가에 엎어져서 엉엉 우는 부분만 좀 어색했고, 그 외의 부분에서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것 같다.

사토코의 오랜 친구였다가 일제 헌병단장이 되어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야스하루를 연기하는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영화 아사코(Asako I&II)에서 봤었고, 아사코에서 상대 배역이었던 여배우 카라타 에리카랑 불륜으로 유명했던 배우라 알고 있었다. 일본인 중에 드물게 키가 훤칠하게 크고 얼굴도 또렷하게 잘생겨서 각인이 잘되는 배우였다. 영화에서는 그렇게 인상깊지는 않았다.

좋은 영화들이 그러하듯 스파이의 아내에서도 중간중간 계속 반전이 나오는데, 그중에 개인적으로 예상치못했던 부분은 1) 사토코가 헌병대에게 만주 실험 문서를 갖다바쳤으나 사실은 남편을 배신하지 않았던 부분과 2) 사토코가 샌프란시스코 가는 배에서 헌병대에게 잡히는 장면이다.

스파이의 아내에서는 중간에 극의 흐름이 전환되는데, 사토코가 만주 필름을 보고 난 후가 그 기점이라 할 수 있다. 시대와 개인을 동떨어져 생각했던 사토코는 만주 필름에 담긴 잔혹한 일제의 만행을 보고 난 이후 옳바른 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남편 유사쿠를 따라서 일제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소시민이었던 개인이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사회에 뛰어드는(철학에서 앙가주망 Engagement라 하는) 행동가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는 배에서 잡힌 사토코는 가짜 필름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이전부터 남편 유사쿠와 친하게 알고 지낸 노교수와 면담할 때 ' 자신은 미치지 않았기에 지금 시대에는 미친 사람인 것'이라 말한다.

이 대사는 시공을 초월에 여러 상황에 통용될 수 있는 것으로 '합리적인/올바른 방향을 추구하는 개인이 사회적/시대적 분위기로 인해 사회에서 배척당하거나, 외부 세력에 의해 좌절하게 되는'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날의 일본 사회와 한국 정치에도 적용될 수 있을테다. 객관적으로 A가 맞아도 주류 의견과 다르다면 배척당하고, 발언권을 잃게 되는 문화와 위계 질서. 다른 평론을 보지는 않고 적는것이라 확실하지는 않으나 스파이의 아내의 주제의식에 대해 설명할 때 평론가들이 사토코의 말을 많이 인용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마지막에 폭격으로 파괴된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사토코가 바다에 쓰러져 오열하는 모습은 그토록 원하던 일제의 패망이 찾아왔지만, 정작 폐허와 부재밖에 남지 않은 전쟁의 허무함,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애환 등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세부 평점

- 스토리: 4.5/5.0  참신하고 좋았다.
- 연출/표현 3.5/5.0  플롯 구성/표현 방식 등 연출적으로 눈에 띄는 장면은 없었던 것 같다. 
- 연기력 4.5/5.0  모든 배우가 큰 어색함 없이 좋은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로써 내 감상에 영향을 미칠까봐서 다른 리뷰 및 평론가의 견해는 보지 않고 적는 것이기에 부적절하게 보일 수도 있다. 예술은 모두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다른 의견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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